전고체 배터리는 왜 십 년째 "곧"인가 — 로드맵 논문이 적은 다섯 걸림돌, 그리고 도요타·삼성SDI가 같은 주제로 낸 특허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 논문을 읽고, 거기 적힌 12개 나라 연구비 18건과 같은 주제의 일본 공개특허 51건을 함께 확인해 보았습니다.
왜 이 글인가. 전고체 배터리는 "언젠가 된다"는 말만 십 년째 돌고 있다. 그 사이 각국 정부가 실제로 돈을 어디에 넣었는지, 회사들이 무엇을 권리로 잡아 두었는지는 흩어져 있어 아무도 한자리에서 보지 않는다. 이 글은 그 돈과 권리의 자리를 한 번에 펴 놓는다.
다 읽으면 이런 걸 할 수 있다.
- 뉴스에 "전고체 돌파구" 기사가 떴을 때, 그게 로드맵의 어느 칸에 해당하는 이야기인지 가늠할 수 있다
- 이 분야에 실제로 특허를 내고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회사가 어디인지 안다. 우리가 고른 목록이 아니라 출원인 명부에 적힌 이름이다
- 다음 정보가 언제쯤 공개되는지 달력으로 안다. 공개특허는 출원 18개월 뒤에 나온다
논문의 과학을 평가하는 글이 아니라 누가 이 연구에 돈을 댔는지 원문 표기대로 확인하는 글입니다. 근거는 전부 원문 링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논문을 읽는다
- 제목
- 2026 roadmap on next-generation solid electrolytes for battery applications
- 게재지
- Materials Futures 5(3) 033001 · IOP Publishing
- DOI
- 10.1088/2752-5724/ae5120
- 날짜
- Crossref 등록 2026-03-12 · 온라인 공개 2026-05-04 · 지면 2026-09-01
- 라이선스
- CC BY 4.0 · 다이아몬드 오픈액세스(저자도 독자도 돈을 내지 않는다)
- 저자
- 30명 · 21개 기관 · 11개 나라
- 확인일
- 2026-09-16
이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 논문이 직접 적은 것
지금 우리가 쓰는 배터리에는 불붙는 액체가 들어 있다. 휴대폰이 부풀고 전기차에 불이 나는 사고의 뿌리가 거기 있다. 고체전해질은 그 액체를 고체로 바꾸자는 이야기다. 초록이 약속으로 적은 것은 셋이다.
- 안전. 불붙는 액체가 없어진다
- 더 센 재료를 쓸 수 있다. 초록의 표현으로는 "고전압 양극과 금속 음극 화학으로 가는 길". 쉽게 말하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기서 갈린다
- 재활용. 다 쓴 배터리를 뜯어 되쓰는 설계가 가능해진다. 초록이 "순환 설계와 재활용성"을 명시했고, 로드맵의 마지막 항목도 재활용이다
동시에 초록은 걸림돌을 다섯 가지로 묶었다. 이온 전도, 전기화학적 안정성, 제조, 공정, 비용.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얽혀 있다고 적었다. 하나를 풀면 다른 하나가 나빠지는 관계라는 뜻이다. 십 년째 "곧 된다"는 말만 도는 이유가 이 한 줄에 들어 있다.
무엇을 정리한 논문인가
로드맵 논문이다. 새 실험 결과를 내놓는 글이 아니라, 그 분야 연구자 여럿이 모여 "지금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무엇을 풀어야 하는가"를 항목별로 적는 형식이다. 이 논문에는 30명이 이름을 올렸다.
초록이 밝힌 범위는 이렇다. 리튬·나트륨계의 황화물·할로겐화물 고체전해질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정리한다. 칼륨·마그네슘 같은 리튬·나트륨 이후의 화학도 살핀다. 하이드로보레이트, 완전히 환원된(더 이상 환원되지 않는) 전해질, 고엔트로피 전해질, 유리-세라믹 전해질의 진전을 다룬다. 재료 자체를 넘어 대량 생산 공정, 고속 합성, 기계학습, 작동 중 분석과 핵자기공명 분광까지 포함한다. 마지막이 재활용과 순환 설계다.
한 문장이 이 논문의 주장이다
고체전해질은 앞으로 수동 부품에서 벗어나 고에너지밀도 전기화학 시스템의 능동적 설계 요소로 점차 진화할 것이다.초록 마지막 부분, 필자 옮김
전해질은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로만 취급돼 왔다. 이 논문은 전해질 자체가 산화·환원에 참여하는 성질(redox activity)을 중요한 자리에 올려 두었다. 통로가 아니라 부품으로 설계하자는 말이다.
저자가 밝힌 문제, 그리고 읽으면 보이는 한계
- 로드맵은 측정값이 아니다. 30명의 견해를 모은 글이므로, 여기 적힌 방향이 맞는지는 이 논문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인용은 아직 5회다(2026-09-16 OpenAlex 기준). 온라인 공개가 2026년 5월이라 평가를 논하기엔 이르다
- 양산 일정은 없다. 어느 회사가 언제 무엇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이 논문에는 없다
확인하는 법
CC BY 4.0이라 원문을 누구나 읽고 재사용할 수 있다. doi.org/10.1088/2752-5724/ae5120으로 들어가면 출판사 페이지에서 PDF가 바로 열린다. 이 글의 인용은 전부 초록과 논문 메타데이터에서 가져왔다.
돈은 이미 어디로 갔나
논문 끝에는 연구비 표기가 붙는다. 보통은 읽히지 않고 지나가는 자리다. 이 논문의 표기를 Crossref 펀더 메타데이터에서 펴 보면 18건이 나온다. 배터리 한 분야의 로드맵 한 편에 열두 나라 세금이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 나라·기구 | 연구비 기관 | 과제번호 |
|---|---|---|
| 한국 | 한국연구재단 | RS-2023-00261543 |
| 일본 | 일본학술진흥회 과학연구비(KAKENHI) | JP23K26762 |
| 일본 | 과학기술진흥기구(JST) | JPMJAP2419 |
| 중국 | 국가자연과학기금 | 52302305 |
| 중국 | 우한시 자연과학기금 탐색계획 | 202401jc0089 |
| 독일 | 연방교육연구부(BMBF) | 03XP0447 |
| 독일 | 독일연구재단(DFG) | research unit 1277 (molife) |
| 독일 | 헬름홀츠협회 | InnoPool Automat |
| 독일 | 바덴뷔르템베르크 재단 | 박사후연구원 펠로십 |
| 프랑스 | PEPR Batteries · France Relance 2030 | Openstorm |
| 프랑스 | 국립연구청(ANR) | OpInsolid |
| 네덜란드 | 과학연구기구(NWO) | NWA.1389.20.089 |
| 스위스 | 국립과학재단(SNSF) | 200021L_192191 |
| 스위스 | Innosuisse 혁신청 | 49729.1 IP-EE |
| 캐나다 | 자연과학공학연구위원회(NSERC) | Discovery Grant |
| 미국 | 플로리다주립대 | 신임교원 정착 지원금 |
| EU | 호라이즌 유럽 마리 퀴리 사업 | 101066486 |
| — | Rising Fellow Program | 번호 표기 없음 |
출처: Crossref 펀더 메타데이터(2026-09-16 조회). 같은 기관이 여러 과제로 잡힌 경우를 각각 한 줄로 두었다. OpenAlex의 같은 항목은 10건으로 더 적게 잡힌다 — 두 곳의 수집 범위가 다르다.
EU 과제 하나는 열어서 안까지 볼 수 있었다
18건 가운데 유럽 것은 우리가 과제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럽위원회가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의 전 과제를 파일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 과제번호
- 101066486
- 제목
- Designing molecular rotations in solid electrolytes for high-performance batteries
- 기간
- 2022-10-15 ~ 2024-10-14 (2년)
- EC 지원금
- 187,624.32 유로
- 유형
- 마리 퀴리 개인 펠로십
연구자 한 사람에게 2년간 1억 8,700만 원 남짓이 들어간 과제다. 그 과제가 30명이 이름을 올린 로드맵 논문의 연구비 표기 한 줄로 남았다. 국가 연구비의 대부분은 이런 크기다. 큰 뉴스가 되는 수천억짜리 사업 밑에 이런 개인 과제가 수백 개 깔려 있다.
유럽 전체로 넓히면 얼마가 들어가 있나
유럽위원회가 공개한 호라이즌 유럽·호라이즌 2020 과제 58,840건을 전부 받아 제목과 사업 목표에서 "solid electrolyte"를 찾으면 47건이 나온다. EC 지원금을 합치면 7,8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200억 원쯤이다.
착수 연도가 눈에 띈다. 2019~2021년은 해마다 4건이었다. 2022년에 9건으로 두 배가 됐고 그 수준이 유지된다. 2024년 6건, 2025년 6건이고 2027년 착수로 이미 잡힌 과제가 3건 있다. 유럽은 이 분야를 적어도 2029년까지 끌고 갈 예산을 이미 배정해 두었다는 뜻이다.
과제와 논문은 얼마나 이어지나
과제번호가 논문에 적혀 있으면 기계가 이을 수 있다. EU 과제에서 무작위로 300건을 뽑아 OpenAlex에서 그 과제번호가 붙은 논문을 세어 보았다.
이 64.7%는 하한이다. "과제가 논문을 냈다"가 아니라 "논문에 그 과제번호가 적혀 있고 OpenAlex가 그것을 잡아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냈는데 과제번호를 안 적었으면 여기서 빠진다.
누가 만들고 있나
아래 이름은 우리가 고른 것이 하나도 없다. 특허 출원인 명부와 논문 저자 소속에 실제로 적힌 이름을 세어서 옮겼다.
일본에 올라온 공개특허
일본 특허청이 공개하는 공개특허 영문초록에서 2026년 1~3월분을 받아 제목에 고체전해질이 들어간 것을 세면 51건이다.
| 출원인 | 건수 | 어떤 회사인가 |
|---|---|---|
| GS유아사 | 8 | 일본 배터리 전문 제조사 |
| 도요타자동차 | 3 | 완성차 |
| 다이요유덴 | 3 | 전자부품(적층 세라믹) |
| 삼성SDI | 3 | 한국 배터리 제조사 |
| 아티엔스 | 2 | 일본 화학·잉크 |
목록의 성격이 한눈에 보인다. 완성차·배터리 제조사만 있는 게 아니라 세라믹 부품 회사와 화학 회사가 같은 자리에 들어와 있다. 고체전해질은 결국 분말을 만들어 얇게 펴 붙이는 일이라, 세라믹 적층과 잉크·슬러리 기술을 가진 쪽이 들어올 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논문 쪽에 이름을 올린 회사
이 로드맵의 저자 21개 기관 중 회사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영국법인 한 곳이다. 반도체 장비 회사가 배터리 재료 로드맵에 이름을 올렸다.
범위를 넓혀, 같은 주제의 EU 과제 32건에서 나온 논문 342편의 저자 소속을 보면 기업이 붙은 논문이 62편(18.1%)이다. 이름이 여러 번 나오는 곳은 키사이트 테크놀로지스(계측), 다이슨, 유미코어(벨기에 소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도요타다.
달력 — 다음 정보는 언제 나오나
이 분야에서 "언제 오르나"는 아무도 모른다. 대신 언제 무엇이 공개되는지는 규칙이 정해져 있다. 그 규칙만 알아도 뉴스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 무엇 | 주기 | 그래서 |
|---|---|---|
| 공개특허 | 출원 18개월 뒤 | 지금 눈에 보이는 51건은 2024년 6월~2026년 1월에 이미 결정된 일이다. 오늘 회사가 하는 일은 2027~2028년에야 보인다 |
| 등록특허 | 심사 통과 후 | 거절된 출원도 기록에 남는다. 무엇이 거절됐는지가 그 분야의 난이도를 말해 준다 |
| EU 과제 종료 | CORDIS에 종료일 공개 | 과제가 끝나면 논문·특허가 몰려 나온다. 2027년 착수 3건은 2029년 이후가 수확기다 |
| 이 로드맵 | 스스로 10년이라 적음 | 저자들이 "앞으로 10년의 방향"이라고 썼다. 내년에 다 될 일이 아니라는 저자들의 자기 진단이다 |
한국 쪽은 아직 못 연다
이 논문의 연구비 표기에는 한국연구재단 과제 RS-2023-00261543이 있고 저자 기관에 연세대학교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제가 어떤 사업이고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하지 못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의 공개 API는 신청 후 승인을 받아야 열린다. 2026년 9월 16일에 신청했고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빈칸은 빈칸으로 둔다. 승인이 나면 이 자리를 채우고 정정 이력에 남긴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이 글이 남기는 건 결론이 아니라 확인할 자리 셋이다.
- 뉴스가 로드맵의 어느 칸인가. 전고체 기사가 뜨면 이온 전도·안정성·제조·공정·비용 다섯 중 무엇을 풀었다는 이야기인지 본다. 하나를 풀었다는 말은 나머지 넷이 그대로라는 뜻이기도 하다
- 회사가 말로 했나 권리로 잡았나. 발표는 말이고 특허 출원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 행동이다. 같은 주제로 출원이 실제로 쌓이고 있는지는 공개공보로 누구나 셀 수 있다
- 18개월을 빼고 본다. 오늘 보이는 특허는 1년 반 전의 결정이다. 지금 나오는 발표가 그 결정과 맞는지 어긋나는지를 보면 회사가 방향을 바꿨는지 짐작할 여지가 생긴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연구재단 과제를 열어 이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같은 방법을 다른 주제에 돌린다 — 돈이 먼저 움직인 자리, 논문이 나온 자리, 권리를 잡은 자리, 회사가 말한 자리를 한 줄로 잇는 일이다.
어떻게 확인했나.
논문 메타데이터는 Crossref API(api.crossref.org/works/10.1088/2752-5724/ae5120)와 OpenAlex API에서 2026-09-16에 받았다. 두 곳의 펀더 수집 범위가 달라 Crossref 18건, OpenAlex 10건으로 갈린다. 표에는 더 넓은 쪽인 Crossref를 썼다.
EU 과제는 유럽위원회 CORDIS가 공개하는 과제 전수 파일(cordis.europa.eu/data)을 받아 직접 집계했다. 호라이즌 유럽 23,451건과 호라이즌 2020 35,389건을 합쳐 58,840건이다. 금액은 ecMaxContribution 열이다. 원화 환산은 개략치다.
과제-논문 연결은 OpenAlex의 awards.funder_award_id 항목으로 셌다. 무작위 300건 표본이며 난수 씨앗을 고정했다.
평균을 쓰지 않은 이유. 47건의 EC 지원금은 평균과 중앙값이 크게 벌어진다. 소수의 대형 과제가 평균을 끌어올린다. 300건 표본의 논문 수도 평균 9.6편, 중앙값 2편으로 벌어진다. 이런 분포에서 평균을 적으면 전형적인 과제의 모습을 잘못 전한다.
일본 특허는 한국지식재산처 KIPRIS Plus가 제공하는 일본특허영문초록 벌크 데이터 2026년 1~3월분을 받아 직접 색인했다(55,501건). 그중 제목에 고체전해질이 들어간 건을 셌다. 회사 설명은 각 사의 공개된 사업 분야를 적은 것이며 평가가 아니다.
주가를 다루지 않는 이유. 과거 유사 사례를 계산해 붙이려면 표본이 필요한데, 이 주제에서 우리가 가진 표본은 그 계산을 할 만큼 쌓이지 않았다. 없는 것은 없다고 적는다.